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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의 현주소

청솔댁 2011. 10. 13. 11:12

J닥터 2011 병원평가 <중> 암 수술의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2011.10.13 03:00 / 수정 2011.10.13 08:48

화순전남대 위암 박영규, 서울·미국서도 환자 몰려 …
경북대 대장암 최규석, 그가 수술하면 흉터 안 보여
지방에도 명의 있다

12일 화순전남대병원 ‘치유의 숲’에서 위암 수술을 앞둔 양순임씨(오른쪽)가 박영규 교수(왼쪽), 박애자 간호사와 얘기하고 있다. 양씨는 “수술을 잘한다는 명성을 듣고 병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화순=프리랜서 오종찬]

지난해 2월 경북대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배영숙(55·여·대구 북구)씨는 수술을 어디서 받을지 고민했다. 서울 큰 병원들이 떠올랐다. 서울의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들이 힘들 것이고 수술 후 항암치료 받는 데 불편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배씨는 수소문 끝에 경북대병원에도 대장암 명의(名醫)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씨는 이 병원 외과 최규석(49)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고 완치를 바라보고 있다.

 암에 걸리면 서울의 대형병원을 떠올리지만 지방에도 실력을 갖춘 전통 명문 대학병원과 명의가 있다. 그 덕분에 지방 환자들의 서울 쏠림을 완화하고 외국환자 유치 성과도 내고 있다. 중앙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0년 암 수술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본지는 주요 암별로 수술실적 30위 안에 든 지방 소재 병원을 골랐다. 위암은 13곳, 대장암은 11곳, 갑상샘암은 11곳이었다.

 대표 주자는 화순전남대·경북대·영남대·부산대 병원이다. 이들은 서울의 웬만한 대학병원을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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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전남대병원은 위·대장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6대 암 수술에서 5~8위를 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110여 명의 암 환자들이 찾았다. 명의가 여럿 있지만 특히 박영규(49·외과) 교수가 유명하다. 미국 동포들이 위암 수술을 받으러 온다. 재미 동포 위암(3기) 환자 전모(64)씨는 지인에게서 박 교수를 추천받았다. 지난해 9월 위의 4분의 3을 잘라냈다. 전씨는 재발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병원 근처에 방을 얻어 살고 있다. 현재까지 건강하다.

 경북대병원은 지방 병원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 있다. 과학논문색인(SCI)급 논문 건수가 국립대 중 2위로 서울대병원을 추격하고 있다. 이 병원이 대장암 수술에서 전국 6위(404건)에 오른 데는 대장암 수술의 대가인 외과 최규석 교수 덕분이다. 최 교수는 이 병원에서 이 분야 전체 수술의 80%인 312건을 담당했다. 최 교수는 대장을 절제한 후 항문이나 질을 통해 빼내 배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으로 유명해졌다. 박태란 간호사는 “간호사와 후배 의사들에게는 엄격하고 웃음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는데 환자들 앞에서는 딴사람같이 자상하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동헌(58) 교수는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위에 생긴 암 등 고난도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학구파다. 현재 대한위암학회장을 맡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부산·울산·경남 연구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수술법 등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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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은 갑상샘암 분야 전국 9위에 올랐다. 이 병원 김제룡(45) 교수는 지난해 이 병원 갑상샘암 수술(712건)의 절반이 넘는 473건을 수술했다. 김 교수는 하루 종일 100명 가까운 외래환자를 본 뒤에도 퇴근시간을 넘겨 초음파나 조직검사를 직접 한다. 먼 데서 온 환자들이 검사받으러 또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성암에 강한 영남대병원의 외과 이수정(59) 교수는 유방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하는 ‘피부보존유방절제술’을 전국 처음으로 시도했다. 특수 칼을 이용해 흉터를 줄이려 애쓴다. 폐암수술 대가인 전북대병원 김민호(54·흉부외과) 교수는 다른 의사들을 감동시켰다. 네팔 의료봉사를 같이 간 동료 교수의 남편(의사)이 수술 솜씨를 보고 감탄해 김 교수에게 폐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전북대 지역암센터 임창열 소장은 “지방병원들의 치료 성과가 서울 병원에 뒤지지 않아 환자들이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