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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가 택한 100人…"일부 노벨상 기대"

청솔댁 2009. 4. 10. 18:49

서남표가 택한 100人…"일부 노벨상 기대"
부임 후 100여명 교수 新임용…'젊은·외국인·융합형인재' 특징
ⓒ2009 HelloDD.com

서남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지난 2006년 부임 후 100명이 넘는 신임교수를 채용했다. 2005년 15명에 불과하던 신임교수 채용 인원이 서 총장 부임 이후 2006년 28명, 2007년 44명, 2008년 32명으로 증가했다.

서 총장은 20대 외국인 여교수 채용과 30대 교수 부임 1년 만에 테뉴어 통과, 영입 동시에 학과장 임명 등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며 KAIST 캠퍼스를 넘어 국내·외 대학가에 새물결을 주도했다.

◆신규 임용 교수 3가지 특징 '젊은, 외국인, 융합형 인재'

서 총장 입성 이후 임용 교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30대 젊은 교수라는 것. 본격적인 대학 개혁 작업에 돌입한 2008년 임용한 신임 교원 32명 중 75%인 24명이 30대다. 35세가 넘으면 뽑지도 않는 추세다.

덕분에 KAIST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0대가 젊은 교수 축에 들었으나 최근엔 핵심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2008년말 기준 KAIST의 교원 수는 총 445명이며 이 가운데 30대 이하가 94명으로 전체의 약 21.1%에 달한다. 5명 중 1명이 30대 이하의 젊은 교수란 의미. 2005년엔 14.3% 수준이었다.

외국인 교수 채용도 크게 늘었다. 부임 직후 1년 동안 채용한 교수의 30%는 외국인. KAIST는 서 총장 부임 전 단 6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교수를 전체의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젊은 외국인 교수들의 영입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 임용 교수들 중 일부는 박사학위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서 교수직을 수행하는 융합형 인재로 최근 학제간 전공 파괴와 융합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서 총장 취임 이후 학위 전공과 다른 학과에 임용된 교수는 모두 16명이다.

서울삼성병원의 의사를 공대 교수로 채용하기도 했고, 전자공학 전공자를 산업및시스템학과 교수로, 기계공학 전공자를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로 임용했다. 해당 교수들은 KI(KAIST Institute)에서 융합연구를 수행한다.

◆서 총장이 직접 최종 면접…"일부는 노벨상 수상도 가능할 것"

▲서남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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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수가 늘어난 만큼 선발과정은 더 엄격해졌다. 후보자들에게 연구 세미나와 강의를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후보자의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평가서를 받는다. 냉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서에는 "소송이 걸려도 비밀을 보장한다"고 인쇄돼 있다.

학과에서 고르고 고른 최종 후보는 서 총장과 면접을 본다. 이 과정에서 3명 중 1명은 탈락한다. 논문수가 많아도 비전이 없거나 독창성이 없는 연구를 하면 퇴짜 대상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기준에도 불구하고 교수 지원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화학과의 경우 학기당 2~3명이 지원하던 것이 최근엔 40명 이상이 지원한 바 있다.

지원 교수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KAIST는 이들 가운데 세계적으로 제일 앞선 연구를 하는 초일류급이 적지 않으며, 향후 노벨상 수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인물 중 하나는 엄상일 수리과학과 교수. KAIST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Princeton University)으로 유학, 컴퓨터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과 캐나다 워털루 대학(University of Waterloo)서 방문교수와 박사후과정(postdoctoral)을 거쳐 2008년 KAIST로 영입됐다.

박진현 수리과학과 교수도 주목 받고 있다. 올해 봄 학기부터 강의에 나선 박 교수는 시카고 대학에서 대수기하학을 전공한 수학 분야 천재로 통한다.

명현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와 강기석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주목하는 인물. 명 교수는 KAIST를 차석으로 졸업한 뒤 ETRI에서 일하다 벤처기업 이머시스 CTO와 삼성 종합기술원을 거쳐 모교로 돌아온 케이스다.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로봇제어 알고리듬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 강 교수는 서울대 재료공학과 졸업 후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매사추세츠 공과대학)로 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에너지 전환·저장 매체 분야 전문가다.

외국인 교수인 제임스 R. 모리슨(James R. Morrison)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제조공장의 네트워크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 특히 2006년에 인텔에서 5만6000달러, 2007년 미국립과학재단(NSF)에서 17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톱클래스 대학에서 강의할 수준의 유수한 인재들이 KAIST를 지원하는 것은, KAIST가 신규 임용 교수의 정착비로 제공하는 지원금이 외국의 대학들과 비슷한 수준이고, KAIST의 연구역량과 인지도가 해외에서도 매우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 총장은 'KAIST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5년 동안 300명을 새로 뽑아 교수 수를 7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남표가 선택한 교수 3인방 인터뷰>
◆프린스턴 수학 천재 엄상일 교수…"KAIST 교수는 세계를 향한 도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엄상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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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수학으로 유명한 프린스턴 대학(Princeton University)에서 4년 만에 컴퓨터수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고,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과 캐나다 워털루 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서 각각 1년간 방문교수와 박사후과정(postdoctoral)을 거친 검증받은 연구자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절대 과장하지 않는 학문의 특성을 그대로 닮아 엄 교수도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간결하게 전했지만 그는 만 33세의 젊은 연구자로서 향후 한국을 빛낼 수학자로 손꼽히고 있다.

주변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엄상일 교수의 연구실은 매우 단출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화이트보드. 캐나다에 있을 때 동료 교수 중 하나가 2면을 모두 화이트보드로 도배한 것을 보고 부러워 KAIST에 오면서 가장 먼저 주문제작한 것이다.

"동료 수학자들과 함께 문제를 풀 때 유용해요. 다른 수학자들과 만나 함께 문제를 풀다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때도 있거든요. 얼마 전 러시아 출신 프린스턴 수학자가 왔을 때도 이 보드에서 신나게 문제를 풀었죠. 지난주엔 노르웨이의 수학자 한 분이 초청해주셔서 찾아갔는데 일주일간 화이트보드 앞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연구하다 왔습니다."

엄 교수에 따르면 수학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수학자들과 언제든지 함께 연구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다른 학문은 대개 연구결과만 나눌 수 있을 뿐이지 실험 자체를 같이 하긴 힘든데 수학은 학회에서 즉석으로 연습장 하나 놓고 같이 해결하기도 한다"며 "무언가 진짜 학문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학이 타 학문에 비해 소규모로 투자해도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필과 연습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수학자들과 소통과 공유가 중요해 출장비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만 해도 지난해 7만마일 이상을 날아다니며 다양한 곳에서 많은 문제를 풀었다. 그는 직접 만날 수 없을 때는 이메일과 화상채팅을 통해 각국의 수학자들과 같이 문제를 풀기도 한다.

▲"수학을 아는 사람이 보면 이거 이상할텐데" 문제를 풀고 있는 동작을 주문하자 난감해 하는 엄 교수. 현재 보드에
3개의 문제가 섞여 있어 자리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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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복잡한 대상을 두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시스템을 분석하고 논리적 결함들을 찾아내는 거죠. 수학적 트레이닝을 받다보면 사고(思考)의 깊이가 깊고 넓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어느 분야에 나가든지 아주 중요하죠."

엄 교수는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에 가면 수학자들이 아주 많다"며 "수학적인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학적 이론과 연구 결과들이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은 내비게이션에서 최단거리 안내 기능 구현과 최적화된 CPU의 제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엄상일 교수는 IT업체에서 3년간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당시 회사에선 연봉을 두 배로 준다며 계속 일해 달라 설득했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유는 직장생활이 엄 교수에겐 너무나 평온했기 때문.

"높은 연봉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죠. 같은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 중에서 몇몇은 처음 계획과 달리 유학 장학금을 받아놓고도 포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직장생활은 도전하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었어요. 학문을 하며 도전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엄 교수는 "직장생활은 치열하고 교수직은 안정된 자리라는 편견과 달리 나에겐 오히려 직장생활이 편했다"며 "교수에겐 가르치는 것 외에 '연구'라는 또 하나의 과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학계, 특히 이공계는 국경이 없어서 연구자는 전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자신의 위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 부분을 포기하는 교수들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직장인보다 더욱 치열하게 연구한다"고 덧붙였다.

KAIST 출신이기도 한 엄 교수는 KAIST에서 강의를 해보고 학생들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한다.

"프린스턴에선 강의를 해 본 것은 아니니 비교할 수 없고, 조지아텍과 워털루 대학과 비교해보면 KAIST 학생들이 더 뛰어납니다. 강의수준을 더 높게 잡아도 더 잘 따라오죠. 오히려 진짜 어려운 문제를 낼 때 학생들이 즐거워합니다. 도전정신을 자극했기 때문이죠. 외국에선 어떻게 하면 쉽게 가르칠까를 고민했는데, 여기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지 고민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예전보다 성적에 더 민감하고, 취업을 걱정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며 "그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국내 최고 로봇전문가 명현 교수…"KAIST는 융합연구 천국"

명현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KAIST를 차석으로 졸업 후 ETRI(전자통신연구원)와 벤처기업 이머시스,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다시 KAIST로 돌아왔다.

▲명현 교수. KAIST 학부시절 '문학의 뜨락'에서 시를 쓴 경험
덕인지, 섬세한 분위기가 과학자보다 인문학자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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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로봇은 다학제 학문이 결합된 분야로 기술이 발전하다보면 결국 로봇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어요. 그래서 박사학위까지 열심히 로봇제어기술을 공부했는데 막상 졸업 후 연구소에 가보니 로봇 관련한 연구를 하는 곳이 별로 없더군요. 딱 한 팀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해당 과제가 중간에 없어지는 바람에 가상현실의 음향 관련 연구를 했죠."

명 교수는 그러던 중 함께 일하던 연구원이 창업을 제안해 음향전문 벤처기업인 이머시스에 CTO(chief technical officer:기술 담당 최고 책임자)로 합류했다. 실무를 배워보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1년 반, 제품을 개발하는 테크닉도 많이 배우고 사업엔 기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동시에 로봇연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졌다.

마침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로봇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시 로봇으로 돌아왔다. 삼성에서 연구한 것은 로봇내비게이션기술. 청소로봇이 주변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곳곳을 청소하며 돌아다닐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5년간 실험실의 기술이 상용화되어 실제 제품화 되어 나오는 것을 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천국'이라는 삼성에서도 명 교수의 연구에 대한 목마름을 없애기에 한계가 있었다. 미래 기술은 기업이 하기엔 위험도가 너무 컸고, 하면 할수록 역시 로봇연구는 다학제 학문임을 깨달았던 것. 그는 미련 없이 삼성을 떠나 '융합연구의 천국' KAIST로 왔다.

"로봇그랜드챌린지 대회에서 5살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과제를 성공한 로봇이 몇이었는지 아십니까? 2년 연속 한 팀도 성공을 못했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5년간 로봇내비게이션기술을 연구하며 깨달은 것은 로봇이 스스로 미지의 환경을 파악하고 장소를 옮겨 다니는 것은 인공지능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KAIST 미래도시연구소에서는 센서네트워크를 이용해 로봇이 주변 건물로부터 정보를 받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아주 좋은 시도고, 새로운 응용분야가 될 것입니다."

명 교수가 미래도시연구소에서 참여하는 것은 유비쿼터스 시티(Ubiquitous City) 과제로 로봇기술과 기존의 건설·환경분야기술, IT기술 등이 융합된다. 그는 "과제를 듣는 순간 바로 공감이 가며 '내가 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과의 상호작용이 로봇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고 연구과제의 중요성을 밝혔다.

▲명 교수의 연구실 책상 앞. 대형 LCD모니터에 청소로봇의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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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과 자체가 이미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설·환경 전공 교수님들이 많지만, 전자·기계·바이오·생화학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죠. 하지만 전공이 다르다고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가족처럼 서로 도우려는 분위기입니다. 학과교수 회의에 전원 참석하는 것도 드물죠.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나올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그는 "학과 교수뿐 아니라 연구실 대학원생들도 다양하다"며 "건설 전공 학생과 로봇학제 전공 학생이 반반씩 섞여 있는데, 로봇학제 전공 학생들 안에선 또 전기·전자·기계로 세분화되어있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명 교수가 꼽는 로봇 기술의 매력은 연구한 내용이 실제로 구현되어 바로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또 연구자들이 짠 알고리듬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로봇에 적용되고 제품화·실용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실제적인 학문이라는 것도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그만큼 연구가 어렵기도 하다. 실제 환경에서는 변수가 많아 오랜 연구 끝에 나온 결과가 한순간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로봇을 못 움직이기 막으면 모터에 과부하가 걸려 불이 나기도 합니다. 또 로봇에 장착된 주변환경을 찍는 카메라는 조명만 조금 바뀌어도 제대로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많죠. 로봇을 하다보면 정말 뜻대로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이 또 로봇연구의 재미이기도 하죠."

그는 "기업체에 있었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며 "연구소에선 개발자 입장으로 제품을 바라보지만 기업에선 사용자 입장으로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과학자라면 미래 사회의 시나리오를 항상 머릿속에 그려보고, 거기에서 우리가 담당할 기술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렇게 그려보면 그쪽으로 나아갈 수 있고, 20년 후에 미래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MIT출신 강기석 교수…"뛰어난 학생과 연구하고 싶었다"

▲강기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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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어떠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갈 때 연구가 참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과학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고, 그렇기 때문에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이 참 중요하죠. KAIST에 온 이유도 같습니다. 똑똑한 학생들과 같이 하면 즐겁고, 연구 성과도 잘 나오기 때문이죠."

2008년 1월 부임해 KAIST 교수로서 1년을 보낸 강기석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출신이지만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유학시절 KAIST 학생들과 교류하며 KAIST에 대한 호감을 키웠다. MIT에서 박사후과정(postdoctoral) 중 저널에서 KAIST 교수모집 공고를 보고 다른 유수의 미국대학들 대신 KAIST를 선택한 것도 그 이유.

"연구교수직에 관심이 있어서 코넬·버클리 등 미국의 대학들에서 인터뷰를 보고 있었죠. 하지만 부임할 학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KAIST에 올 결심을 했습니다."

강 교수는 "MIT에 있으면서 한국학생들, 특히 KAIST 학생들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단적인 예로 MIT의 몇몇 교수들은 KAIST서 일정 성적을 받은 학생이면 무조건 뽑는 원칙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국비지원이 있어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할 때 큰 부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현재 에너지 재료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리튬2차 전지를 비롯해 태양전지와 수소저장물질 등이 주 연구 대상이고, 특히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전환·저장 매체가 그의 전공분야다. 그는 KI(KAIST Institute) 청정에너지연구소에도 참여하고 있다.

KAIST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없었는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대만족". 강 교수는 "학생들 수준을 가늠코자 첫 해에 시험문제를 MIT에서 봤던 레벨과 비슷한 정도로 냈는데 결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평균이 MIT와 비슷했고, 당장 MIT에 가도 탑을 할 수 있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실력을 보고 '잘 가르쳐서 보내야겠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며 "학생들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 학생들은 한국 안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지만 전 세계 무대에서는 주눅이 들어있어요. 뛰어난 학생들인 만큼 어디에 나가도 최고수준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거든요. 이 분야에서 나는 그저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 보통 수준의 논문이 나오지만, 내가 최고라는 확신이 있으면 그에 걸맞는 최고의 논문이 나옵니다."

그는 이어 "KAIST의 연구 환경과 신임 교수에 대한 지원, 뛰어난 학생들도 좋고 특히 동료 교수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에서도 교수직을 해도 될 만큼 능력이 뛰어나다"고 KAIST의 장점을 꼽으며 "현재는 직접적인 협력연구를 진행하진 않지만 KAIST가 위치한 대덕에 여러 연구기관들이 밀집한 것도 훌륭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대덕넷 정윤하 기자> yhjeong@hellodd.com
2009년 02월 17일